스토브 라운지

토르 라그나로크

토르, 오딘, 로키 등 북유럽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정말 다양한 매체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소설, 영화나 드라마는 물론이고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같은 창작물에서도 북유럽 신화의 요소를 가져와 만든 경우를 쉽게 찾을 수 있는데요.

오늘은 그런 북유럽신화 속 캐릭터 중 하나인 Valkyrie, 발키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신은 아니지만 전사 집단으로써 굉장히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거든요.

발키리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주신 제우스처럼 북유럽 신화의 주신인 오딘의 직속 부대로, 모든 부대원들이 여자로 이루어져 있는 여전사 부대입니다. 고대 북유럽 언어인 노르드어로 전사자를 선택하는 자, 강한 전사의 영혼을 선별해 발할라로 데려가는 일종의 전사 심사위원, 저승사자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해요.

갓 오브 워 

바이킹이 대표하는 북유럽의 강인한 이미지, 거기에 오딘 직속 여전사 부대라는 이미지가 더해지며 발키리들이 어떤 매체에 사용될 때는 강인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적으로 등장할 때는 플레이어를 가볍게 찍어 누를 듯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경우도 많구요.

디아블로2 아마존 스킬 발키리

북유럽 신화 속의 이미지를 그대로 살리는 경우도 있지만 발키리의 이미지 중 강인함만을 끌어와 강한 여전사들을 발키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발키리와 함께 여전사 이미지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아마존처럼 말이죠. 디아블로 2에서는 아마존의 스킬 중 하나로 발키리를 넣기도 하는 등 아마존과 발키리는 나름 비슷한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발키리 프로파일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런 발키리에 대한 이미지가 서양과는 약간 다르게 구축되어 있습니다. 일본의 영향을 크게 받은 서브컬처 장르에서도 이런 이미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바로 날개가 달린 투구를 쓰고 갑옷을 입은 '미소녀' 형태의 이미지를 말이죠.

창작물 속의 발키리는 보통 어떤 식으로든 날개나 깃털 같은 공중 요소를 채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석은 날개 달린 투구지만 이렇게 발키리 프로파일처럼 깃털을 꼽고 있는 경우도 있구요. 북유럽신화 속 발키리를 그린 옛날 그림들을 보면 왜 그런지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헤르메스처럼 신의 말을 전하는 느낌을 살리기 위한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날개 달린 투구와 갑옷, 창이나 검으로 무장하고 있는 발키리의 속성에 미소녀라는 또 하나의 속성이 추가된 시작점은 바로 남코의 1989년작 '왈큐레의 전설'입니다. 1P 캐릭터인 왈큐레와 2P 캐릭터 크리노 산도라가 펼치는 모험기를 그렸던 게임인데요.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왈큐레의 비주얼은 날개 달린 투구와 가벼운 갑옷으로 무장, 거기에 방패와 검을 들고 있는 여전사, 발키리의 이미지를 그대로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바리안 여전사 같은 강인한 스타일이 아니라 소녀소녀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디자인으로 구현되어 왈큐레의 전설을 플레이해 본 분들에게 발키리란 이런 존재구나라는 느낌을 심어주었어요.

게임이 그저 그런 재미를 가지고 있어 묻혀버렸다면 이런 왈큐레의 이미지가 유명해지는 일은 없었겠지만 왈큐레의 전설은 아케이드 게임에 RPG의 요소를 섞어 성장의 재미를 구현했다는 점, 엔딩을 보러 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험난해 많은 플레이어들이 도전 욕구를 불태우게 만들었다는 점으로 정말 많은 인기를 누렸던 게임이었습니다.

게임의 재미에 더해 또 다른 주인공인 크리노도 충분히 매력적인 디자인을 갖고 있었지만 그걸 가볍게 눌러 버리는 왈큐레가 가진 미소녀 발키리라는 독보적인 이미지를 통해 왈큐레의 전설은 남코의 게임들 중 많은 사랑을 받았던 사례로 포함될 수 있었고 이후 발매되었던 남코의 고전게임 컬렉션에서 꾸준히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왈큐레의 전설 이후 왈큐레가 보여주었던 이미지는 정말 오랫동안 일본 게임 속에 등장하는 발키리의 기본적인 모습으로 박혀버렸고 수집형 게임을 포함, 어떤 식으로든 발키리가 등장한다면 거의 왈큐레와 비슷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오딘스피어

물론 오딘 스피어처럼 오딘의 직속 전투 부대라는 것만 살리고 날개 달린 투구라던가 같은 요소들은 뺀 형태의 발키리가 등장하는 게임도 있지만 발키리=미소녀라는 공식은 꽤 오랫동안 적어도 일본에서는 지켜지고 있는 중입니다. 서양에서는 강인한 여전사의 이미지가 더 강하지만요.

세부 설정은 다를 수 있어도 날개를 가지고 있고 전투력도 상당한 미소녀 캐릭터가 있다면 자연스럽게 발키리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로스트아크에 등장하는 니나브 같은 캐릭터들이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일본에서, 그리고 서브컬처계에서 발키리의 이미지를 서양과는 180도 다르게 바꿔버렸다는 것에서 충분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왈큐레의 전설이 언제까지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2025년에 등장하는 신작 게임에 발키리가 등장한다면 한번 관심을 갖고 지켜봅시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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