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일의 요하네 - NUMAZU in the MIRAGE - 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다다다다다다... 다크니스!
이게 뭔 말인지 모르겠다고요? 그렇다면 이 게임을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러브 라이브 - 선샤인과 환일의 요하네까지 섭렵하신 분들이라면, 위 문장만으로도 입가에 살포시 미소가 지어질 것입니다.
요하네 특유의 중2병과 허당 캐릭터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상징적인 대사니까요.
네, 이건 어디까지나 팬들을 위한 게임이지, 이걸 통해 러브 라이브나 환일의 요하네 세계의 팬층을 확대하는 게임은 결코 아닙니다.
환일의 요하네를 재밌게 보신 분이라면, 이 게임은 정말 훌륭한 팬 게임으로써 즐길 수 있습니다.
반면, 원작을 알지 못하는 분들은 팬들이 느끼는 재미의 반도 느끼기 어려울 것입니다.
■ 환일의 요하네 - 누마즈 인 더 미라지 - 는 지극히 “팬을 위한 게임”
다양한 캐릭터가 나오지만, 해당 캐릭터들의 개성을 이해하는 빌드업이나 캐릭터 소개 파트는 아예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작하자마자 이미 캐릭터와 세계관을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플레이어를 세계 속에 던집니다. 세계관이나 캐릭터를 이해할 시간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캐릭터들이 흑화된 나이트 위키드라는, 비틀린 세계의 캐릭터들이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기존의 캐릭터와 완전히 대척되는 모습이나, 또는 브레이크 없이 풀 악셀을 밟은 과장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게 정말 재밌습니다.
다음에는 어떻게 재밌게 흑화된 캐릭터가 등장할지 기대와 호기심이 생길 정도로 재밌죠.
네, 원래 캐릭터를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입니다. 그렇기에 어디까지나 팬 게임인 겁니다.
이를 모르고 그냥 플레이하면, 눈치에 따라서는 어느 정도 재미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팬들이 느낄 수 있는 재미에 비하면 확실히 재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누마즈는 세계 제일!!!
러브라이브 선샤인이나 환일의 요하네를 아는 사람들은 등장부터 모두 빵 터지는 장면이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이게 왜 재밌는 건지, 뭘 하는 캐릭터인지 아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덱 빌딩이라는 본 게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카드에 등장하는 다양한 이미지들, 그리고 유물로 등장하는 아이템들까지도 모두 환일의 요하네 시리즈에서 얼굴을 비쳤던 것들이 대다수입니다.
이건 몰라도 플레이에 지장은 없습니다. 카드나 유물에 적혀있는 설명만 읽을 줄 알면 플레이에는 지장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팬들에게는 이런 사소한 것들조차 재미와 흥미 요소로 작용합니다.
원작을 모르는 사람들은 왜 카드가 이상한 이름으로 적혀 있는지, 어째서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지, 왠 이상한 마카롱이 나오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이미지들의 연속으로 보일 뿐입니다.
하지만 원작을 알고 있는 팬들에게는, “아니 이 장면을 이렇게 써먹는다고?” 하면서 감탄과 재미로 이어지죠.
팬들에게는 카드의 일러만 봐도 즐거운 게임이 되지만, 원작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이쁘기만 한 카드에 불과합니다.
■ 덱 빌딩 게임으로써는 얕은 게임성
덱 빌딩 게임을 즐겨본 사람이라면, 덱을 짤 때 "컨셉 > 빌드 > 압축"이라는 기본 흐름을 알 것입니다.
그런데 이 게임에서는 가장 중요한 첫 단계인 컨셉이 빠져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딜을 낼지, 안정성을 우선할지 등 덱의 방향성을 정의하는 과정이 실종된 것이죠.
결국, 플레이어는 그냥 강력한 카드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카드를 모으고, 그 카드들이 돌아가도록 조건을 대충 맞추는 수준에 머물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디버프 덱이면서 동시에 버프 덱이고, 지속 데미지 덱이면서 원펀치 덱이기도 한 정체불명의 덱이 탄생합니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정교하게 설계된 덱이 의도한 시너지를 발휘해 폭발적인 딜을 뽑거나 적을 말려 죽이는 재미가 나오는 것이 덱 빌딩의 재미입니다만,
환일의 요하네에서 이런 깊이 있는 덱 빌딩은 거의 불가능하고, 의도되지도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모든 카드가 따로 노는 느낌이 강하고, 적당히 조건이 맞춰지면서 비틀 거리면서 덱이 굴러가는 느낌입니다.
강하고 사용성이 좋은 카드를 그저 적당히 모으고, 불필요한 카드는 살짝 걷어내는 얕은 수준의 덱빌딩
하지만 이건 팬들이 무리 없이 즐기기 위한 게임입니다. 즉, 이런 얕은 수준의 덱 빌딩으로써도 클리어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말입니다.
한마디로, 쉽습니다.
덱 빌딩의 얕음에 맞춰진 난이도 자체도 그렇지만,
기본 효과에 더불어 강력한 서브 효과까지 가지고 있어서 미칠듯한 시너지를 안겨주는 배지.
압도적인 성능으로 전황뿐만 아니라 실수까지 만회하게 해주는 강력한 소환 카드 (예쁜 컷씬은 서비스!)
시작 지점부터 업그레이드나 버프를 제공하는 임시 업그레이드까지, 덱 빌딩 게임에 약한 사람들도 아주 쉽게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입문자도 덱 빌딩에 대한 높은 이해 없이 플레이하는 데 문제가 없고,
덱 빌딩 게임을 좀 해보신 분들은 리트라이조차 필요 없이 모든 스토리를 한 번에 밀 수 있을 것입니다.
스토리만 클리어하는 플레이 타임은 8시간 내외(숙련도에 따라서 차이가 큼)가 걸리지만,
상당한 분량의 파고들기 요소도 제공하고 있어서 100% 달성을 위해서는 수십 시간가량의 즐길 거리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비록 하드한 덱 빌딩의 재미와는 결이 다르지만,
귀여운 캐릭터의 컷씬과 쉽게 즐길 수 있는 덱 빌딩을 추구하신다면 오히려 여기가 정답일 수도 있겠네요.
막판이 되면, 넘쳐나는 배지의 시너지 때문에 어째서 쉴드가 들어오는지 딜이 폭발하는지 알 수도 없을 지경
게임의 난이도를 극도로 낮춰주는 “소환 카드”와 사용시 보여주는 예쁜 캐릭터 컷씬, 소환 카드만 적절히 활용하면 보스전마저 박살 내 버릴 수 있습니다.
■ 스토브에서 나오는 게 조금 의아하긴 한 게임
러브라이브 선샤인과 환일의 요하네 팬들에게는 더 없는 선물인 게임입니다.
팬 게임으로써 다양한 원작의 오마주 요소와 패러디 요소가 등장하며, 개성적인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재밌게 비틀어서 풀어내기도 했습니다.
팬들이 즐기기에 문제가 없도록 쉬운 난이도를 채택했으며, 원하는 사람은 길게 즐길 수 있게 깊이 있는 파고들기 요소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분량 쪽으로는 하나 더 말하자면, 바로 이전에 나왔던 환일의 요하네 -BLAZE in the DEEPBLUE- (메트로 베니아)에 비하면 훨씬 잘 만들었고 볼륨도 풍성합니다.
하지만 팬이 아니라면, 위의 수많은 재미를 순수하게 느낄 수 없습니다. 재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캐릭터나 각종 요소를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진행되는 스토리이기 때문이죠.
환일의 요하네 애니메이션만 정주행해도 이 게임의 재미는 배가 됩니다!
덱 빌딩으로써는 ‘소환 카드’라는 요소를 제외하면 딱히 이 게임만의 특별한 메커니즘이나 개성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나쁜 말로는 장르의 아버지인 슬더슬의 열화 버전이라고 볼 수 있고, 좋게 보자면 슬더슬에 요하네 스킨을 씌운 보장된 재미를 추구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덱 빌딩의 얕은 면은, 이걸 플레이할 사람들의 유저층을 적극 반영하면서도 재미를 추구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살짝 말하고 싶은 건...
의외로 풀 보이스가 아니라는 점은 캐릭터 게임으로서 아쉽네요 ㅠㅠ
특히 스토리 막판에 진지한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보이스 없이 요하네 특유의 덤벙대는 모션 때문에 살짝 깬다는 것 정도?
아무튼 이런 “좁은 스펙트럼”의 게임을 스토브에서 출시한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환영을 하면서도
과연 회사라는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선택인지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네요.
그냥 열화된 슬더슬에 환일의 요하네 스킨을 추가했을 뿐, 개성을 살리기 위한 도전이 조금 더 녹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실은 상당히 하드한 DLC 팔이 게임이기도 합니다. DLC는 캐릭터 추가와 의상 DLC가 대부분이라 메인 스토리나 플레이에는 영향은 없습니다.
많이 돌아왔습니다만, 요약은 이걸로 하겠습니다.
“요하네 컷씬 보는 게임! 다다다다다다.... 다크니스!”